Weekly News (2016.8.22~8.28)

NEWS _ 20160818

OKULONLINE Weekly News
(2016.8.22 ~ 8.28)

영상 관련 상영, 전시, 출간 및 강연 소식 등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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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EBS 국제다큐영화제
@아트하우스 모모, 서울역사박물관 등 _ 2016년 8월 22일~8월 28일





제13회 EBS국제다큐영화제(www.eidf.co.kr)가 오는 8월 22일부터 28일까지 한 주간 열린다. 총 53편의 다큐멘터리들이 아트하우스 모모, 서울역사박물관 등에서 상영된다. EIDF의 기조는 ‘다큐로 보는 세상’으로, 아시아의 오늘을 비롯해 테크놀로지, 뮤직 & 아트, 자연과 인간 등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이 준비되어있다. 뉴저먼시네마의 대표적 인물 가운데 하나로 오늘날엔 주로 다큐멘터리 작업에 천착하고 있는 베르너 헤어조크의 <사이버 세상에 대한 몽상>, 탈식민주의 페미니즘 이론가이자 영화작가인 트린 T. 민하의 <베트남 잊기>(2015) 등이 월드 쇼케이스 부문에 초청받았다. 테크놀로지 부문은 <무인 전쟁>, <상냥한 앨리스>, <페이스부키스탄> 등 미디어에 둘러싸인 오늘날을 비판적으로 돌아보는 작품들로 꾸려져 눈길을 끈다. DOC캠퍼스에서는 영화평론가 크리스 후지와라의 강연, 트린 T. 민하의 마스터클래스를 비롯해 기획 및 제작에 관한 강좌가 준비되어있다. 특히 크리스 후지와라는 하버드 감각민속지학연구소 영화들을 중심으로 최근 다큐멘터리의 공적 공간과 사적 이야기들에 관해 이야기할 예정이다. 상영되는 영화 중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영화들이 영화제 기간 동안 EBS1을 통해 방영된다. 방영된 작품들은 온라인을 통해 한 주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 제13회 EIDF 상영일정표 [☞ 바로가기]


OKULO's Pick!


<남겨진 교실 Gone>(2015, 진 싱젱)




영화는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중국 동부 저장성 천무산 첩첩산중을 지나 한 마을로 우리 관객들을 데려간다. 산아제한 정책으로 아이가 거의 남아있지 않아 마을에 하나 있던 초등학교는 문을 닫은 지 오래다. 다행히 근교엔 랑케중앙초등학교가 있어 남은 아이들은 거기로 간다. 십수 명의 아이들은 거기에서 체조하고 노래하고 수학문제를 푼다. 그리고 해맑게 탁구공을 튕기며 놀다가 하품하며 낭독한다. 카메라는 학교라는 제도가 요구하는 도식적인 몸짓과 이를 늘 조금씩 벗어나는 아이들의 장난스러운 표정들을 동시에 담아낸다. 영화의 엔딩에 담긴 빈 교실에서 카메라는 낙서가 새겨진 벽과 강령이 적힌 칠판을 오간다. 학교는 가르치고 통제하고 억압하지만, 거기에는 늘 천진난만한 삶이 있다.

수업을 마치고, 아이들은 땀과 흙에 얼룩진 삶으로 돌아온다. 삶터에서 아이들은 걸레를 삶고 바구니를 들고 열매를 따며 고된 시간을 보낸다.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아이도 가난을 떨쳐버리고 싶다. 그래서 가족들은 하나둘 도시로 떠난다. 그렇게 랑케중앙초교엔 단 2명의 학생이 남고, 결국 학교는 문을 닫는다. 영화의 후반부, 덜컹거리는 새벽 버스가 울리는 날카로운 경적이 등교하는 아이의 불안한 얼굴과 뒤엉킨다. <남겨진 교실>은 어쩌면 우리 근대인 모두가 이 버스에 타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질문을 남긴다. (박이현)


<무인 전쟁 War and Games>(2016, 카린 유르시크)




<무인 전쟁>은 전쟁기술에서의 스크린과 비디오게임에서의 스크린이 서로 닮아있다 주장하며, 무인기를 비롯한 (전쟁)기술들로 촉발될 윤리적 이슈들에 대해 질문하는 영화다. 머신러닝 등 기술의 발전이 몰고 올 디스토피아적 미래에 대해 경고하는 엔딩의 인터뷰는 다소 단순해 보인다. 하지만 이 영화에는 값진 쇼트가 하나 있다. 그 쇼트는 영화 중반부에 “우리 없이 당신은 이길 수 없습니다”라고 의기양양하게 신무기를 발표하는 판매상의 인터뷰와 폭격 대상에서 전투지역과 비전투지역 사이의 비율 그리고 사상자 분석을 통해 기계에 죄책감을 프로그래밍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한 학자의 인터뷰에 이어 등장한다. 화면에는 폭격 지역을 찍은 위성사진을 배경으로 드론의 위치와 제어 상태를 보여주는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윈도우가 있다. 돌연 이 화면은 세 화면으로 분할된다. 두 번째 화면은 무인기가 촬영한 폭발 영상이며, 셋째 화면은 동시간 폭격 현장에서 휴대전화로 촬영된 영상이다. 폭발과 동시에 거대한 폭음이 울린다. 이내 첫째 화면과 둘째 화면은 암전되고, 구석에 셋째 화면만 남는다. 화면에는 촬영자의 손떨림, 울부짖음과 흐느낌이 그대로 담겨있다. 앞으로 우리 인류는 정밀하게 윤리를 프로그래밍해야 하는 세계에서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윤리를 요청하는 삶이란 새의 시선에서 관망할 수 없다고 말하는 듯하다. (박이현)


<베트남 잊기 Forgetting Vietnam>(2015, 트린 T. 민하)




<베트남 잊기>는 베트남 태생의 탈식민 페미니스트 트린 T. 민하의 2015년 작으로, 종전 40주년을 기념하여 만들어졌다. 1995년의 Hi-8 비디오와 2012년의 HD/SD 비디오의 이미지를 통해 베트남 전쟁을 비롯한 베트남의 정치적 현실에 대한 역사를 서술한다. 영화는 베트남의 건국 설화부터 전쟁이 만든 집단적 트라우마와 그 위에 건설된 베트남사회주의공화국, 그리고 경제 성장과 관광대국을 꿈꾸는 오늘의 베트남에 이르기까지 40여 년의 시간을 관통한다. <베트남 잊기>는 실험적이고 해체적인 형식으로 역사를 서술한다. 이미지와 소리, 내레이션, 자막 등 영화를 구성하는 각 요소는 서로 들어맞지 않은 채 어긋나있다. 영화는 총체성과 완결성을 지닌 서사를 의도적으로 거부하며, 계속해서 충돌과 균열을 일으킨다. 비역사적인 푸티지를 역사 서술의 방식으로 조립함으로써 <베트남 잊기>는 주변부의 삶의 목소리들을 녹여냈다. (김주예)


<상냥한 앨리스 Alice Cares>(2015, 산더르 뷔르허르)




앨리스는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의 SELEMCA에서 제작한 프로토타입 로봇으로, 가정에서 지속적인 건강 관리가 필요하며 외로움을 느끼는 노인을 위한 돌봄-로봇이다. <상냥한 앨리스>는 앨리스를 독거노인 가정에 잠시 머물게 하여 테스트하는 과정을 담은 영화다. 영화는 세 대의 카메라, 즉 앨리스에 내장된 카메라와 외부에서 앨리스와 노인을 관찰하는 카메라, 그리고 앨리스가 촬영한 영상을 보며 논의하는 SELEMCA의 연구원을 담은 카메라들의 기록물로 편집된 결과물이다.

영화에서 앨리스는 인간처럼 그려진다. 앨리스의 눈은 작은 카메라로, 이 카메라 안으로 노인이 들어오지 않으면 ‘당신이 보이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다. 앨리스와 노인이 마주하는 과정을 담은 이 쇼트는 기계의 눈으로 인간과 기계가 대면하는 순간이다. 카메라 뒤에서 조종하는 사람 없이 기계 스스로 인간에게 ‘내 시야에 들어오라’는 요구를 하는, 시선의 주인이 기계가 되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 우정을 쌓는 과정처럼, 앨리스는 그 사람을 마주 보며 말을 듣고, 그에 적절한 반응을 하고, 그 사람을 기억한다. 아직 친구가 되긴 부족하지만, <상냥한 앨리스>는 기계와 인간이 공생하는 전망을 보여준다. (김주예)


<장벽 너머 Walls>(2015, 파블로 이라부루, 미겔초 몰리나)




서독과 동독, 짐바브웨와 남아프리카, 미국과 멕시코, 모로코와 스페인 사이의 장벽에 대한 다큐멘터리다. 구체적인 지명은 불필요할지 모르겠다. 영화는 짐바브웨 난민들의 재연극 장면부터 미국 국경수비대의 인터뷰, 그리고 난민들의 푸티지 영상 등을 분할 화면으로 나누고 내래이션으로 연결한다. 이를 통해 지역 간의 차이를 허물고 상황들을 병치시키며, 장벽을 둘러싼 생태계를 보여준다. (박이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