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묵적 연대: <그 여자의 죄가 아니다>와 <아름다운 싸움>

CRITIQUE


암묵적 연대 Implicit Solidarity
: <그 여자의 죄가 아니다>와 <아름다운 싸움>

크리스 후지와라




※ 이 영상은 영화평론가 크리스 후지와라가 만든 7분 분량의 오디오비주얼 에세이다. 여기서 후지와라는 신상옥의 <그 여자의 죄가 아니다>(1959)와 레오니드 모기(Léonide Moguy)의  <아름다운 싸움 Conflit>(1938)을 비교해보고 있다. 신상옥과 모기의 영화는 모두 오스트리아 작가 기나 카우스(Gina Kaus)의 『클레흐 자매 Die Schwestern Kleh』(1933)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모기의 영화는 1940년 5월에 '아름다운 싸움 美しき争ひ'이라는 제목으로 - 프랑스어 원제 'Conflit'는 '갈등' 혹은 '싸움'을 뜻한다 - 일본에서 개봉되었고 당시 식민지였던 조선에서도 같은 제목으로 소개된 것으로 추정된다. (1940년 당시 15세의 신상옥은 함경도 경성(鏡城)중학교에 재학 중이었다.) <그 여자의 죄가 아니다>의 크레딧에서 신상옥은 이 영화가 '지나 카우스' 원작을 각색한 것으로 밝히고 있지만(위 사진), 실은 모기의 영화를 보고 이를 번안한 작품일 가능성이 크다. 기나 카우스의 『클레흐 자매』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영화 가운데는 에드가 G. 울머의 <자매의 비밀 Her Sister's Secret>(1946)도 있다. 울머는 이 작품이 "어떤 독일영화를 리메이크한 것"이라고 밝혔는데, 모기의 프랑스영화를 독일영화로 착각한 것이 분명하다. 크리스 후지와라의 동의를 얻어 본 영상을 『오큘로』 온라인을 통해 소개한다. 분석의 대상이 되고 있는 신상옥의 <그 여자의 죄가 아니다>는 한국영상자료원의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전편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바로가기) 본 영상 제작과 관련해 후지와라에게 보내주었던 참고자료와 코멘트 가운데 일부를 함께 올렸다. (유운성)





아래는 1959년 1월 15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그 여자의 죄가 아니다>에 대한 기사다. 기사에서는 이 영화가 "기나 가우스 원작의 <아름다운 싸움>의 번안"이라고 밝히고 있다. 즉 <그 여자의 죄가 아니다>를 기나 카우스의 소설 원작을 직접 '각색'(adaptation)한 영화라기보다는 레오니드 모기의 프랑스 영화 <아름다운 싸움>을 '번안'(remake)한 영화로 간주하는 듯한 뉘앙스가 강하다. 





아래는 1940년 6월 7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토키에 있어서의 배우의 중요성」이라는 연재문의 일부다. 기사가 실리기 약 한 달 전쯤 개봉된 "[레오니드] 모기의 <아름다운 싸움>"에 대한 언급(사진에서 붉게 표기된 부분)이 있다. 이 글을 쓴 이의 필명은 '은막광인'(銀幕狂人)인데 말하자면 '영화광' 혹은 '씨네필'이라는 뜻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