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ULO News: 김응수의 <오, 사랑>과 <초현실>

NEWS _ 20180416

OKULO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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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수의 <오, 사랑>과 <초현실>


<오, 사랑>


김응수 감독의 신작 <오, 사랑>(2017)과 <초현실>(2017)이 지난 3월 21일 SK브로드밴드 Btv, 네이버 N스토어, 곰TV, 티빙, 카카오페이지 등의 영화 스트리밍 서비스, 영화 다운로드 사이트를 통해 공개되었다. 두 영화는 에세이적인 방식으로 텍스트, 사운드, 이미지를 배열하면서 세월호 사건의 희생자를 애도하고 그 유가족의 아픔을 위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김응수 감독이 이 두 편을 공개하는 방식은 기존의 영화 배급, 유통, 상영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기 위한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일반적으로 영화제, 공동체 상영회, 극장 개봉, DVD 출시로 이어지는 배급과 상영 방식을 과감하게 생략하고 온라인 사이트와 모바일 플랫폼으로 곧장 진입했기 때문이다. 이는 초고속 인터넷 통신망이 전 지역에 걸쳐 확충되었고, 디지털 기기 보급률이 날로 증가하고 있으며, 영화 다운로드와 스트리밍이 일반화되고 있는 오늘날 독립영화, 실험영화, 에세이영화 등의 자구책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 사랑>은 어느 소도시에서 컴퓨터 가게를 운영하는 J가 우연한 기회로 세월호를 떠올린다는 이야기이다. 어버이날을 맞아 다른 소도시로 이동하기 위해 버스를 탔던 J는 옆자리에 앉은 한 남성의 가슴에 노란색 카네이션이 달린 것을 보고 깊은 생각에 잠긴다. J의 시점에 따른 보이스오버 내레이션은 그의 가족과 일상, 진도로 향하는 버스 내외부의 풍경, 거센 비바람이 부는 팽목항의 을씨년스러운 풍경이 몽타주 되는 동안 계속된다. 영화는 세월호의 충격과 참상을 과학적 지식, 정치적 수사, 법률적 해석으로도 해결하지 못하는 현 시대의 곤궁함을 꼬집는다. 그리고 그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사랑의 급진성을 대안으로 제안한다. 사랑은 “너무나 진부한 단어이지만, 수만 번 인용된 단어이지만, 어느 것도 이것을 대체할 수 없다”는 점에서 세월호 이후의 복잡한 국면을 돌파할 수 있는 묘안이 될 수 있다는 식으로 말이다.  


<초현실>


<초현실>은 세월호 사건 당시 단원고등학교 2학년 5반에 재학 중이던 김건우 학생과 그의 아버지 김광배 씨의 이야기이다. 카메라는 2016년 우석대학교 상담심리학과에 '영혼 입학'한 아들의 MT에 따라간 김광배 씨의 얼굴을 정적인 이미지로 담는다. 바흐의 작품 번호 974, 협주곡 D 단조 아다지오가 배경음악으로 흐르고, 중단되고, 다시 흐르는 동안 김광배 씨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가 자막의 형태로 등장한다. 그 편지는 성인이 된 아들과 그런 아들을 자신의 품에서 떠나보내야 하는 아버지의 회한과 사랑을 담고 있다. 최소 두 번 이상 등장하는 “널 놓아야겠지”, “넌 떠날테니까”, “가라”, “들어 오겠지”, “두렵다”, “안고 싶다”와 같은 문장들은 아들의 부재를 믿을 수도 또 인정할 수 없는 아버지의 두려움을 반영하고 있다. 아버지는 아들이 자신 곁에 있으면서도 없다고 생각한다. 이 긍정과 부정의 대립적 공존은 침묵과 사운드, 텅 빈 화면과 가득 찬 화면이 교차하면서 시각화된다. 이처럼 이 영화는 세월호의 아픔과 아름다운 작별을 해야만 하는 한 인간의 고뇌의 순간을 비통하게 그리고 있다.

김응수 감독의 신작과 함께 그의 이전 작품인 <천상고원>(2006), <과거는 낯선 나라다>(2007), <물의 기원>(2009), <아버지 없는 삶>(2012), <물속의 도시>(2014), <옥주기행>(2016), <우경>(2017)도 인디플러그와 네이버 N 스토어에서 다운로드 가능하다. 


※ 아래는 서면으로 진행한 김응수 감독과의 인터뷰 


- 신작인 <오, 사랑>, <초현실> 모두 극장 상영 없이 IPTV와 온라인 다운로드 및 스트리밍 사이트를 통해 공개되었습니다. 이러한 배급, 유통, 상영 방식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역류하는 것이 어려워서 흐름을 타고 살고 싶었어요. 딱 이 시기 4월에 두 영화를 선보이고 싶었는데, 극장이나 영화제가 시간과 관련해 제 소망을 들어주지는 않는 거잖아요? 그 자신들만의 시간이 있을 테니까. 특히 4월 8일은 <초현실>에 나오는 건우의 생일입니다. 그리고 건우의 올해 생일에 우석대학교 상담심리학과 MT에서 아빠와 학생들이 이 영화를 다운로드해서 봤다고 합니다. 그런 시간이 저에게는 중요해서 이렇게 공개했어요.

- 두 작품 모두 세월호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역시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정의감이 넘쳐서 했던 영화도 아니에요. 사실 제 한 몸 간수하기도 힘든 인생이에요. <옥주기행>을 진도에서 찍었는데 팽목항을 안 볼 수가 없었어요. 그 영화를 보신 분들은 눈치 챌 수도 있겠지만, 팽목항에서 배를 타고 다른 섬으로 가는 숏에 팽목항의 전경이 보입니다. 멀리 노란색 깃발들이 보여요. 물론 가능한 안 나오게 하려고 안간힘을 썼죠. 너무 큰 주제라 뚜렷이 나오는 순간 영화 전체를 잡아먹을 것 같았어요. 회피하려 했던 게 아니라 너무 감당하기 어려운 주제였어요. 육자배기를 세월호로 개사해서 부르는 할머니도 있었지요. 물론 뺐어요. 감당할 수 없어서. 그러나 시간이 주어질 때 팽목항의 스산한 풍경을 따로 찍어두었죠. 그냥 그런 게 쌓이고 쌓여서 나 몰래 영화가 된 것이 <오, 사랑>입니다. 그 영화를 찍다가 우연히 만난 풍경이 건우의 MT 장면이었고, 그게 영화 <초현실>이 되었어요. <오, 사랑>이 외적 풍경이라면, <초현실>은 내적 풍경이라고 할 수 있죠. 두 개를 하나로 만들기는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서 할 수 없이 두 편의 영화로 만들게 되었지요. 


<오, 사랑>


- 전작도 그러하지만 이번 두 작품에서도 자막과 보이스오버 내레이션이 중요하게 쓰입니다.

<오, 사랑>에서 사랑은 “수만 번 인용된 진부한 단어이지만 그것만이 또한 구원이다”라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이런 말이 어려워요. 너무 평범해서 아무 말도 안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거든요. 한 열 번 쓰고 넣고 편집하기를 반복했던 거 같아요. 이런 거 할 때마다 다시는 에세이는 쓰지 말아야지 결심한답니다. 이미지와 문학을 결합하는 게 이질적인 것을 대위법적으로 증폭하는 화학작용이고 할 때마다 힘들다는 생각을 합니다. <초현실>은 더 난해했지요. 침묵 속의 말이니까요. 안 들리는 말을 들리게 해야 하는 문제. 그래서 목소리가 아니라 문자로 넣었어요. 아들을 안아보고 싶어 하는 아빠의 마음이 무엇일까. 가능한 그것에만 솔직하게 집중했어요. 터치(touch)라든가 욕망의 간절함 같은 것이요. 외적인 의미는 다 빼고요.

- <오, 사랑>의 J는 한편으로는 다큐멘터리적인 인물로 다른 한편으로는 허구적인 인물로 보입니다.

세월호 관련 클립을 찍다가 다큐멘터리적인 인물이나 사실은 다루지 않으려고 했어요. 클립만 쌓이지 뭐 할 얘기가 없더라고요. 고발은 풍부하고 넘쳐나고 우리가 세월호를 모르는 게 아니잖아요? 알면서 살 뿐이지. 어느 날 컴퓨터를 고치러 가게에 갔는데 그 가게에 노란 리본이 붙어있었어요. 그 전에는 없었거든요. 그 주인이 그런 고민을 하는 줄 몰랐지요. 동병상련의 마음. 한참 서서 바라보았죠. 누구나 그런 고민을 하는구나. 그래서 물었더니 자기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뭐라도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합니다. 다 있었던 일이에요. 그래서 다시 그 사람을 찍었어요. 평범한 사람의 곤궁을. 너무 우연이란 말만 해서 미안합니다. 그런데 한 번도 내가 의도한 대로 척척 된 것은 없었어요.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너무 부러워요.

- <오, 사랑>에서 ‘곤궁함’과 ‘사랑’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합니다. 이 두 단어에 대한 나름의 정의를 내려 줄 수 있을까요?

곤궁은 애를 쓰지만 여전히 다가갈 수 없는 존재의 한계 같고요. 사랑은 다가갈 수 없는 것을 (상징적으로) 씹어 먹는 것이죠. 


<초현실>


- <초현실>은 2014년 세월호 사건 당시 단원고 2학년 5번에 재학 중이었던 김건우 학생과 그의 아버지 김광배 씨가 주요 인물로 등장합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오, 사랑>을 찍다가, 솔직히 말하면 무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우연히 만난 내적 풍경이었어요. 내겐 그 상황이 실재(the real)로 느껴졌죠. 그런데 그 용어가 너무 어려운지라, 초현실이란 제목을 붙이게 되었어요. 영어제목은 ‘surreal’이 아니고 ‘the real’입니다. 

- <초현실>에서는 바흐의 작품번호 974, 협주곡 D 단조 아다지오를 배경음악으로 활용했습니다.

역시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제가 잠에서 덜 깬 상태로 사고를 하는 편이에요. 아침에 일어나는 순간 제일 먼저 머리에 팍 떠오르는 것이 있거든요. 문장이기도 하고, 운율이기도 하고, 사람의 얼굴이기도 하고. 그럼 그것을 인정하는 편이에요. 밀려나 있다가 나도 모르게 들어오는 것이 순수한 결정체라고 생각하고 믿죠. 자고 일어나니 그 선율이 흥얼거려지게 되어서 쓰게 되었죠. 

- 현재 작업 중인 작품이나 향후 계획을 짧게 말씀해주세요.

곧 인사드릴게요. 어느 정도는 신비롭게. 그런데 아무도 기대하지 않으면 어떡하죠?


이도훈 / 『오큘로』 편집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