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ULO News: 「스크리닝 샷-」

NEWS _ 20180222

OKULO News
영상 관련 상영, 전시, 출간 및 강연 소식 등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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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리닝 샷-」
@서울특별시 송파구 문정동 128-7 B1 _ 2018년 2월 25일 일요일 16:00부터




작가 8팀의 영상을 상영하는 행사 「스크리닝 샷-」이 서울 송파구 문정동의 작업실에서 진행된다. 이 기획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각 작가마다 정확히 30분이라는 제한된 시간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작품의 러닝타임에 따라 행사의 시간이 정해지는 기존의 통념과는 사뭇 다른 접근이다. 만약 러닝 타임이 30분이 채 되지 않는다면 작가는 상영 외 시간 동안 행사장 안에서 다른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 세 명의 기획자 중 한명인 봉완선은 작가들에게 “영상 작업이 실제 공간으로 확장될 수 있는 조건들을 스스로 자유롭게 만들어볼 것을 제안” 했다고 한다. 이에 답하듯 참여 작가 중 한명인 함윤이는 <편지 받으면 답장할게>를 통해 백지 서신에 대한 개인적인 답신으로서의 편지-영상을 상영하고, 직접 편지를 낭독할 예정이다.

「스크리닝 샷-」은 영상에 대한 기획자들의 고민에서 시작되었다. 이들은 화면에 기록된 대상의 과거 시간보다 그것이 영상을 통해 재현되는 현재의 시간에 더 관심을 가진다. 그렇기 때문에 이 행사에서 스크리닝은 주로 반복 상영(looping)되도록 설치되는 전시보다 더 설득력 있는 형식이 된다. 특히 중요한 것은 관객이다. 봉완선은 “영상은 물리적인 무게가 없는, 빔 프로젝터에 데이터를 꽂기만 하면 발생하는 실체”이고 이것을 “영상의 납작함”이라고 표현하는데, 그러나 한편 영상은 또한 관객에게 실제 시간을 요구하기 때문에 납작함을 벗어나 현실에서 부피를 지닐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스크리닝을 통해 영상을 매개로 참여자들의 접속 가능성을 실험하는 것이다. 또 다른 기획자인 정휘윤은 “작가는 작가 나름대로 30분의 시간 안에서 영상 작업과 관계된 무언가를 실험하고, 관객은 선택적인 관람을 할 수 있게 함으로써 한 공간 안에 있지만 각자가 보고 경험한 것은 다른 것이기를 원한다”라고 말하며 이 행사의 기획 방향을 밝힌다.

또 하나 특징적인 것은 최근 몇 년간 젊은 미술작가들을 통해 맥락화 되고 있는 작품의 유통 방식에 대한 고민이 이 행사에서도 이어진다는 것이다. 요청에 응한 작가에 한해서 「스크리닝 샷-」의 관객은 원하는 작품의 한 장면을 선택해 jpg 파일로 구입할 수 있다. 그런데 이는 ‘작품의 금전적 판매’라는 관점에서 비롯된 기획은 아닌듯하다. 오히려 광범위한 ‘데이터’의 범주 안에 속한 것으로서 영상을 이해하는 기획자들의 생각에서 비롯된다. 정휘윤은 “복제가 용이한 데이터를 판매하고 소비한다는 것이 익숙하지는 않지만, 데이터는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데이터를 구매한 관객이 어떻게 사용할지도 궁금하다. 어느 순간 밈(meme)이 되면 그것도 좋을 것 같다”라고 말하며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영상-데이터 유통에 대한 생각을 내비친다. 공간 디자인과 설치를 담당한 김혜정은 이번 행사를 준비하며 영상을 소비하는 방법에 대해 더 고민하게 되었으며, “SNS처럼 가볍고 즉각적이지만 단시간 안에 사라지지 않는 매개를 이용해 효율적으로 작가들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한다”고 말한다. 세 기획자에 따르면 앞으로 계속해서 이어질 「스크리닝 샷-」은 스크리닝의 다양한 조건을 변주하며 매 번 그 방식과 형태를 바꿀 예정이라고 한다. 이들의 고민이 반영된 행사들이 앞으로 어떤 질문을 던져줄지 기대되는 바이다. 이번 행사의 입장료는 5천원이고, 작품 소개 및 시간표는 인스타그램 계정(www.instagram.com/screeningshot_)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스크리닝 샷-」 외에도, 최근 몇 년 사이 작가들의 영상 작업을 상영하기 위한 기획이 활발히 이루어졌다. 2012년부터 매년 진행되어 5회를 끝으로 막을 내린 「비디오 릴레이 탄산」, 2017년 6월 프리뷰 스크리닝을 시작으로 현재 3회까지 이어진 격월간 「안봐도 비디오」가 젊은 영상작가들을 위한 상영 플랫폼이라면, 2017년 원룸에서 이루어진 「BLU-RAY.MKV.JPEG」는 「스크리닝 샷-」과 마찬가지로 영상의 동시대적 조건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기획된 것이었다. 앞으로 이러한 움직임과 질문은 더 많아지고, 복잡해지고, 활발해질 것이다. 반면 미술관에서 진행되는 정기적인 상영 프로그램은 여전히 요원하다. 2013년 만들어진 국립현대미술관의 영상전용 상영관 필름앤비디오과 같은 인프라가 마련되어 있음에도 관련 기획이 부재하다는 것은 미술관이 현장과 여전히 상호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뜻하며 두 영역 모두에게 손실이 아닐 수 없다. 현재 현장에서 제안되는 질문, 그리고 전시의 형식을 벗어나 제도와 비제도 사이를 유연하게 오가며 영상 예술의 가능성을 펼쳐놓고 실험해볼 수 있는 구조적 토대를 마련하는 일이 중요해진 시점이다.


이한범 / 『오큘로』 편집동인